산재사망 때 사업주 2년 이상 징역
“사고 원인 다양한데 업주 책임 전제
중기는 오너 구속되면 회사 끝장”
경영 옥죄는 법 잇단 통과에 긴장
이날 중기중앙회는 주 52시간 근로제 의무 시행의 시한을 연장해달라는 요구를 가장 먼저 밝히려 했다. 보도자료 목차 첫 번째도 ‘주 52시간 계도기간 종료에 따른 입장’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두 번째 주제였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반대 의견을 가장 먼저 읽었다.
전날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이 각 상임위를 통과하고, 이날 오전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ILO(국제노동기구)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도 본회의에 올라간 데 따른 것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그동안 반대해 온 모든 법안이 무더기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로선 상당한 압박으로 느껴지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당의 다음 추진 법안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될 거라는 게 경영계의 관측이다. 이 법안은 9일 본회의에 오르진 않았지만, 경영계는 10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는 걸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이를 ‘1호 법안’으로 내세운 정의당도 “민주당에게 법안 통과 의지가 있느냐”며 압박하고 있다. 이날도 국회 앞에선 중대재해처벌법 통과를 촉구하는 노동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경영계가 중대재해처벌법을 반대하는 핵심 이유는 최고경영자(CEO)를 잠재적 범법자로 몰아세운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안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 측이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요건이 적혀있지만, 경영계는 “대부분의 사고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데, 법안은 그 책임이 사업주에게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인과관계를 추정하게끔 해놨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 회장은 특히 “사고가 일어났을 때 이를 수습하고 보상하는 절차도 매우 중요하다”며 “사업주를 구속하더라도 대기업은 전문경영인이 그 절차를 대행할 수 있지만,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오너가 구속되면 보상 절차뿐 아니라 회사 운영 자체가 멈출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경영계가 반대하는 법안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여론에 호소하는 것뿐이다. 경영계는 야당조차 도와주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실제 9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장시간 연설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지연)를 기획했지만, 경제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던지는 것으로 본회의 통과를 지켜봤다. 이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다”는 체념의 목소리가 경영계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ILO 3법에 대해 “수차례 의견을 전달했지만 편향된 법안이 통과된 데 대해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낀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경총은 “노조의 강경 투쟁이 늘어나고, 힘의 균형이 노조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논평에서 “기업 경쟁력이 저하되고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국회 상황에 대해 “더이상 무슨 말씀 드리겠나? 할 말이 없다”고만 언급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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