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숙원이었던 공수처를 야당의 반대에도 출범시킬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13일) 필리버스터를 통해 “야당의 비토권은 여전하다. 야당은 중립적인 추천위원 한 명만 설득하면 된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야당 측 추천위원 전원이 반대해도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게 핵심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수처법 통과 직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공수처가 신속하게 출범할 길이 열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통과된 뒤 서로 주먹인사를 나누며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필리버스터의 ‘원조’인 민주당의 자세도 달라졌다. 지난 10일 국민의힘이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돌입하자 민주당은 “충분한 의사표시를 보장해달라는 야당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홍정민 원내대변인)며 여유를 보였다. 당 안에서는 “해볼 테면 임시국회 종료까지 해보라고 하라”(당 핵심 관계자)는 말도 나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본회의에서 진행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동의 투표 결과가 찬성 180표, 반대 3표, 무효 3표로 나오자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종결동의안은 가결 요건인 180표(재적의원 5분의 3)를 꼭 맞게 채워 통과됐다. 연합뉴스
이처럼 민주당은 원하는 모든 결과를 이뤘으나,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7~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수처법 통과가 ‘잘된 일’이라는 응답은 39.6%, ‘잘못된 일’이란 응답은 54.2%였다. 같은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37.4%)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36.7%로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 8~10일)에서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38%)였다.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여론은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 속 “감격스럽다” “잘했다”는 반응과 사뭇 달랐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17일 당 4·15 총선 선대위 해단식에서 "열린우리당 아픔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겸손한 태도를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8월 19일 오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 전 대표의 모습. 연합뉴스
이를 두고 익명을 요청한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당을 이끄는 분들이 열성 당원과 일반 당원, 일반 국민 사이의 생각 차이가 심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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