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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이 인사 불이익” 현직 판사가 3억 손배소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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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정책에 반대하는 글 올려 통영지원으로 원거리 발령양 전 대법원장과 당시 법원행정처 지도부 상대로 소송 제기대리인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인 기준으로 법관 통제 의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양승태 대법원’의 인사 불이익 피해자인 현직 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사진)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대법원 정책에 반대하는 글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렸다는 이유로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줘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책임을 묻는다는 취지이다.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19일 서울중앙지법에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박병대·고영한 전 처장, 강형주·임종헌 전 차장 등을 상대로 총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에는 대한민국과 법원행정처에서 인사업무를 총괄했던 김연학·남성민 판사, 기획조정실 심의관이었던 나상훈 판사 등 현직 법관들이 대거 포함됐다.

송 부장판사는 박상옥 대법관이 대법관 후보자 시절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검사로 졸속 수사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후보자 거취를 두고 법원 내 설문조사를 하자는 등의 글을 내부통신망에 썼다가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됐다. 임 전 차장 지시로 나 판사가 작성한 문건에는 ‘법원 집행부에 대한 불신 및 의혹이 많다’ ‘선동가·아웃사이더·비평가 기질이 있다’ 등 송 부장판사의 동향과 성향을 적은 대목이 있다.

법관의 전보인사는 인사원칙에 따라 통상 기계적으로 정해지지만, 법원행정처는 법원 내 인사 우선순위인 형평순위를 인위적으로 강등해 송 부장판사를 통영지원으로 보냈다. 통영지원은 서울에서 가장 거리가 멀어 법원 내에서 격오지 중 격오지로 불린다.

송 부장판사를 대리하는 김수정·김진·류신환 변호사는 소장에서 피고들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 국제규범을 위반해 법관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 103조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106조는 탄핵 등이 아니면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해 법관의 신분을 보장한다.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시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전제로 ‘독립적이며 공평한 법원’이 필요하다고 명시한다. 이는 사법부 외부로부터의 독립뿐만 아니라 사법부 내에서의 독립도 포함한다.

대리인들은 소장에서 “법관 독립은 법치국가에서 재판의 본질을 구성하는 헌법 가치”라며 “(피고들은) 헌법과 법령상의 인사원칙에 반해 자의적이고 비합리적 기준에 의해 법관을 통제할 의도하에 법관 인사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정책을 따르지 않는 법관은 문제 법관으로 인식되게 해 도태되거나 결국에는 대법원 정책에 순응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법관 인사구조를 만들어 법관들을 통제하려 한 것”이라며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안정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지위를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했다. 송 부장판사 평가를 담은 기획조정실 보고서에 관해서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피해 보상을 넘어 사법행정권 남용의 위법성, 법관 독립에 대한 법관의 권리를 확인한다는 의미가 있다. 송 부장판사가 소송을 제기한 이날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농단은 국회의 법관 탄핵소추까지 검토해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는 내용의 선언문을 의결한 지 2년째 되는 날이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국회에서는 사법농단 연루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홍영표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탄핵소추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흐지부지됐고, 그사이 연루 법관 상당수가 법복을 벗었다. 법관 탄핵 요건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과반수 찬성이다. 따라서 민주당 174석 등 여권 의석이 약 180석에 달하므로 의지만 있다면 추진할 수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사법농단 사태가 다시 한 번 역사 속으로 사장된다면, 우리는 그 이후 또 어떤 사태를 마주해야 할지 두려움을 금할 수 없다”며 “국회는 관여 법관들이 스스로 법복을 벗기 전에 신속하게 탄핵 절차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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