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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검찰개혁 완수하려는 현 정권과
무소불위 힘 지키려는 검찰
추-윤, 기질·성격으론 설명 안돼
집권초 검찰에 적폐청산 맡기고
‘조직에 충성’ 윤석열 임명 ‘화근’
권력 분산때까지 다툼 이어질 듯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라임 사건과 윤 총장 가족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규정한 검찰청법 8조에 따른 합법적 조처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인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
이 조항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당시부터 있었다. 정무직 공무원인 법무부 장관이 수사·재판 등 검사 업무에 직접 관여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검사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려는 안전장치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을 상대로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를 지시한 것이 처음이었다. 그 전에는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적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구태여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필요가 없었다. 두 가지 이유다. 첫째, 대통령과 청와대가 검사의 수사·재판에 개입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심복이었다. 둘째, 장관이 검찰총장은 물론이고 검사들에게 구체적인 사건 처리를 지휘·감독하는 것도 일상이었다. 법무부 장관은 대부분 검사 출신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두 가지 관행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을 장악하지 않고 정권으로부터 독립시키려 했다. 올바른 방향이지만 순진한 생각이었다. 통제받지 않는 관료 집단은 괴물로 변하는 것이 필연이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검찰 자신을 권력화하는 길을 택했다. 2005년에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쓸 수 있는 수단은 수사지휘권밖에 없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물러났지만, 검사들은 칼을 갈았다. 노무현 대통령 퇴임 이후 벌어진 수사는 검찰의 보복 성격이 짙다. 15년이 지났다. 비슷한 장면이 전개된다. 노무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도 순진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가지를 잘못했다. 첫째, 집권 초기에 적폐청산 작업을 검찰에 맡긴 것이다. 둘째, 검찰주의자 윤석열 검사를 검찰총장에 임명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조국 사태’로 물러난 조국 법무부 장관 후임에 여당 대표 출신 추 장관을 임명한 것은 윤 총장 인사가 잘못됐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임기 2년의 검찰총장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충돌은 두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 차이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검찰개혁을 완수해 국정의 성과를 쌓으려는 정치권력과 무소불위의 힘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검찰권력의 대립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추 장관이나 윤 총장 어느 한쪽이 물러나도 후임자들에 의해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대통령이 바뀌고 심지어 야당이 집권해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국민은 이 지겨운 싸움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검찰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을 분산시키고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들면 검찰개혁은 일단 성공하는 것이다. 그때까지 정치권력과 검찰 권력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합법이라고 해도 정치적으로 정당한 것은 아니다. 청와대가 20일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해 ‘불가피한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지만, 실제로 여권 내부에선 곤혹스러워하는 기류가 읽힌다. 윤 총장 가족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까지 한 것은 추미애 장관이 너무 나갔다는 평가가 많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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