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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전쟁③] LG화학, '확장-연맹' 눈길… 글로벌 '1위' 굳힌다 - 뉴데일리경제

scienceuna.blogspot.com
입력 2020-07-15 13:43 | 수정 2020-07-15 14:19

▲ LG화학 여수공장. ⓒ연합뉴스

"미래를 위한 투자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4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CEO 메시지)

글로벌 1위' LG화학이 생산능력 확대, 시장 다변화, 기술개발,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선두 굳히기에 돌입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2017년 4위에서 지난해 3위, 올해 1위에 등극했다. 이 기간 점유율은 8.5%에서 24.2%로 3배 가까이 뛰었다. 확장적 사업전략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올해 초 테슬라 모델3, 르노 조에, 아우디 E트론 등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것이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같은 기간 전체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은 지난해보다 23.9% 감소한 32.5GWh에 그쳤으나, 이 중 LG화학이 7.8GWh를 가져가면서 그간 펼쳐온 투자와 영업활동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의 고삐는 더 바짝 죄고 있다. 올해 시설투자 비용 6조원 중 절반인 3조원을 배터리 사업에 투입하는 등 배터리에 대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전기차 관련 업종과 손을 잡고 자사를 중심으로 한 국내 배터리 시장의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상반기 기준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액은 약 150조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연 100GWh 수준으로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해 2024년까지 배터리 부문에서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완성차업계 1위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협업은 세간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022년 양산 예정인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배터리 공급사로 들어가면서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했다는 평이다.

E-GMP 기반의 전기차에 탑재된 LG화학의 제품은 성능이 대폭 향상된 차세대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다. 양사는 또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기 위한 사전적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주유소 공간 인프라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 등 관련 업종을 새 먹거리로 보고 비정유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GS칼텍스와도 손을 잡았다. 양사는 배터리 안전진단 서비스를 공동 개발해 내년에 국내 서비스 사업을 런칭하고 2022년부터 해외 충전시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전기차 격전지인 유럽에서 공장 증설에 나서는 등 생산규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 중국 유럽에 생산기지를 도무 갖춘 유일한 업체인 만큼 언제든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 점유율을 높인다는 심산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내연기관차의 보유세를 차등 부과하는 등 강력한 환경규제를 시행하고 있어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높다. 유진투자증권 자료를 보면 6월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6월에 비해 70% 가까이 늘어난 8만대 수준으로, 코로나19 확산 여파에도 성장세를 보였다.

2017년 폴란드 공장을 준공한 이후 줄곧 유럽 투자에 집중해 왔다. 경쟁사인 중국 CATL이 지난해 말 독일에서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연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투자였다. 일본 파나소닉의 경우 아직 구체화된 유럽 투자계획이 없는 상태다.

아우디, 다임러, 르노, 볼보, 폭스바겐, 재규어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LG화학의 유럽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70%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폴란드 배터리 공장의 신규설비 수율도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수율을 90%로 맞추려 했지만, 예상보다 개선 속도가 늦어지면서 실적 개선에 걸림돌이 됐다. 다만 올 들어서는 지난해 경험 축적 등을 통해 수율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의 전기차 보조금 확대 정책으로 하반기 이후 유럽 전기차 판매량 급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수율 문제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판매물량 확대, 규모의 경제 효과에 따른 중대형 전지 수익성 향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LG화학의 중국 난징 배터리 공장. ⓒLG화학

또 다른 빅마켓인 중국에서도 경쟁력 확대를 통해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현지 시장조사업체 배터리차이나 조사 결과 5월 말 기준 LG화학은 중국 시장 누적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에서 2087MWh를 기록, BYD를 제치고 현지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LG화학을 포함한 한국 배터리업체가 중국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위는 CATL이 차지했다.

2018년 발표한 2조1000억원 규모의 중국 배터리공장 확장 투자 1단계를 마무리 짓고 올해부터 중국형 테슬라 모델3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2월에는 상하이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3의 배터리 전량을 공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그간 보이지 않는 '규제의 벽'에 막혀 한국 배터리업체의 진출이 어려웠던 중국 시장에서 LG화학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현지 회사와 손도 잡고 있다.

지난해 중국 토종 완성차업체 가운데 현지 점유율 1위 지리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계약을 맺었다. 2021년 말까지 연간 10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연간 15만대의 고성능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앞서 LG화학은 기술유출 등 우려로 그간 중국 업체와는 손을 잡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루시드 모터스와 함께 9월 공개하는 '루시드 에어'에 '21700 원통형 배터리(지름 21㎜, 길이 70㎜)'를 공급할 예정이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미국 전기차업체 루시드 모터스의 첫 전기차 모델이다.

또한 미국 1위 자동차업체 제네럴모터스(GM)와 지난해 세운 합작법인 가동을 통해 향후 30GWh 이상의 추가 생산능력도 확보할 방침이다. 양사는 합작법인에 각 1조원씩 투자했다.

특히 차세대 배터리 '얼티엄'을 향후 출시가 계획된 모든 GM 전기차에 적용시킬 예정이다. 지금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리튬이온 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최소 10% 이상 높아진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의 양극재 기술이 적용됐다.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85%까지 끌어올린 세계 최고의 기술이다. 니켈은 양극재에서 에너지를 담당하지만, 열이 많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어 다량 함유할 경우 폭발하기 쉬워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희소금속인 코발트 비율을 5% 수준까지 줄이면서 알루미늄을 추가해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코발트의 경우 가격이 비싸 함량을 줄일수록 배터리 원가 확보에 도움이 된다.

대형 파우치 형태의 셀을 배터리 팩 내부에서 가로 혹은 세로로 배치할 수 있는 셀 설계기술까지 개선되면서 고출력 특성이 향상됐다. 이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43㎞ 이상 주행할 수 있는 고용량 배터리다.

지난해 지리자동차, GM 등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도 베트남 1위 기업 빈그룹의 계열사 빈패스트와 배터리 팩을 생산하는 합작사를 만들었다.

또 연내 착공 예정인 구미 양극재 공장을 중국 업체와 합작해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요가 높은 중국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안정적인 배터리 수요처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에서 LG화학 배터리 점유율을 최대한 높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부문 분사 후 재상장 등 사업 확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 전기차 배터리. ⓒLG화학

기술력 제고를 위한 노력도 계속된다. 매년 1조원 이상 연구개발비를 집행 중인 LG화학은 이 가운데 30% 이상을 배터리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1만6000여건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분리막의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해 안전성과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강화 분리막(SRS) △내부 공간 활용을 극대화해 최고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Lamination & Stacking' 제조 기술 △차량 디자인에 맞춰 적용이 용이하며 안정성이 높고 수명이 긴 '파우치 타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3세대 전기차(500㎞ 이상)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양극재 내 니켈 함량이 높은 하이니켈 배터리 기술력 확보와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

연내 니켈 함량이 70%인 NCM(코발트 10%, 망간 20%)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며 2022년에는 니켈 함량이 85% 이상, 코발트 함량 5% 이하의 NCMA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LG화학은 NCMA 배터리를 탑재할 경우 500~600㎞ 수준의 주행거리를 보유한 진정한 3세대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수명 배터리에도 힘을 주고 있다. 현재 배터리보다 5배 이상 오래 사용해도 성능이 유지되는 것으로, LG화학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축적된 배터리 소재 기술과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 진단하고 최적의 상태로 관리해주는 AI 알고리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를 두 배 이상 높이고 가격경쟁력도 뛰어난 리튬-황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양극재로 황탄소 복합제와 음극재로 리튬 메탈 등 경량 재료를 사용한다. 전기차에 탑재할 경우 주행거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성 향성도 과제로 꼽힌다.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변경해 외부 자극이나 불가피한 파손에도 화재 등의 위험을 줄인다는 것이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간의 회동에서 화두로 떠올랐던 전고체 배터리 개발도 미래 전기차 배터리로 연구개발 중이다.

신학철 부회장은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가격이 낮지만, 기술면에서는 우리가 1~2년 앞서고 있다"며 "기술개발은 우리의 생명선과 다름없기 때문에 R&D 지출을 계속 늘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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