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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권가에 뜨거운 종목이 하나 있다. LG화학이다.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LG화학 주식을 싹쓸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월 1일부터 24일까지 18거래일 중 4일을 제외한 14일간 주식을 사들였다. 24일 기준 주가는 51만6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수혜주로 분류되는 ‘언택트’ 기업이 아닌 LG화학이 주목받는 이유가 뭘까. 미래지향적인 사업 개편 덕분이다. 1947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수혈된 ‘비(非)LG맨’ 신학철 LG화학 부회장(63)이 비즈니스 모델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신 부회장은 부임 이후 중국발 저가 공세로 경영난에 처한 LCD 사업을 정리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등 고부가 기능성 중심으로 제품 전환에 나섰다. 정리 과정에서 모은 자금은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배터리에 투자한다.

최근 중국 화학소재 업체 샨샨(Shan shan)과 1조3000억원에 LCD 편광판 사업을 매각하는 내용의 조건부 매각계약을 체결했다. 편광판은 LCD 패널 앞뒤에 부착해 빛 통과 혹은 차단을 가능하게 하는 필름. 사업지주사를 통해 샨샨과 LG화학이 70 대 30 비율로 지배하고, 이후 LG화학이 중장기적으로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할 예정이다. 이번 매각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저가 공세로 사업성이 떨어진 LCD 소재 사업을 정리하고 배터리 등 신사업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신 부회장의 탈(脫)LCD 전략은 이미 진행 중이었다. 지난 2월 중국 요케테크놀로지 자회사인 시양인터내셔널과 감광재 사업 양도계약을 체결했다. 컬러필터 감광재는 LCD에서 색을 표현하는 핵심 소재다. LCD 유리기판 사업도 접었다. LG화학은 유리기판사업부 매각을 위해 미국 코닝과 개별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유리기판은 색과 빛이 발생하는 소재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中 공세 치열한 LCD 정리

▷수요 넘치는 배터리 집중 투자

신 부회장이 집중 투자하는 사업은 배터리다. LG화학은 지난해 자동차 전지 설비투자에 3조8000억원을 집행했다. 올해도 3조원 규모 투자계획을 잡았다. 일각에서는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LG화학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113.1%로 2007년 말(111.4%) 이후 역대 최대 수준. 하지만 신 부회장은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미래 사업 투자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배터리에 투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표적인 ‘신성장’ 먹거리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에이치에스(IHS)마킷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연평균 성장률이 25%씩 상승해 2025년 18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2025년 169조원 시장 규모로 추정되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큰 수치다.

시장은 큰데 공급은 부족한 상황.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24년부터 배터리 공급부족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치를 냈다. 2023년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량은 916GWh까지 늘며 공급량 776GWh를 처음으로 넘어서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이런 황금어장을 휘저을 만한 경쟁력을 갖췄지만 지금까지 포트폴리오상 전지 비중은 낮았다. LG화학의 총 매출 중 전지사업 비중은 2017년 17%, 2018년 23%, 2019년 29% 수준이다. 신 부회장은 2024년까지 매출 6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의존도를 30%로 낮추고, 전지사업을 전체 매출의 50% 수준인 31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는데, 그 계획을 차근차근 실현 중이다.

▶3M 수석부회장 출신 첫 외부 CEO

▷글로벌 네트워크·혁신성 높은 점수

신 부회장은 LG그룹 모태인 LG화학 설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수혈된 CEO로 유명하다. 40대 젊은 총수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연말 임원인사에서 그룹 변화의 아이콘으로 그를 선택했다.

1984년 3M 한국지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필리핀 지사장, 3M 미국 본사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을 거쳐 해외사업부문 총괄 수석부회장에 올랐다. 20여년간 미국 3M 본사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았고 혁신에 앞장선다고 평가받는다. 당시 LG그룹은 “전통 석유화학업체였던 LG화학이 신소재, 배터리,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 등을 아우르는 종합화학·첨단소재·바이오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신 부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기대대로 취임 2년도 채 안 돼 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비즈니스 모델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싹 바꿨다. 그는 지난 4월 1일, LG화학 전 세계 사업장 사무기술직 임직원 1만8500명을 대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사 메신저 기반 업무 솔루션인 ‘팀스(Teams)’를 전면 도입했다. 팀스는 채팅과 화상회의, 문서 공동작업 등이 가능한 업무용 소통 애플리케이션(앱). “업무 제도와 업무 시스템을 모두 혁신해 글로벌 인재가 선망하는 수준의 스마트워크(smart work)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조치였다.

신 부회장은 특히 보고·회의문화를 바꾸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기업에서 매일 수시로 이뤄지는 보고와 회의 방식이야말로 스마트워크를 결정짓는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해서다. 모든 사장급 경영진을 참여시켜 직접 ‘보고·회의 가이드’를 만들고 배포한 게 그 사례다.

가이드에는 ▲리더는 구체적으로 구성원이 할 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구분해 정해준다 ▲반복·정량적인 보고는 e메일·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을 예방한다 ▲보고서의 양은 회의시간 30분당 2장으로 제한한다 ▲단순 질문 대응을 위해 실무자를 참석시키지 않는다 등 효율적인 업무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 지침들을 담았다.

업무 효율화를 위한 챗봇(Chatbot·채팅 로봇)과 다국어 번역 시스템도 도입했다. 임직원 검색, 일정 조회·등록, 회의실 예약, 근무시간 관리 등의 단순 업무는 채팅창에 관련 키워드를 입력해 처리한다. LG화학은 조만간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제품 양산 진척률, 예산 현황 등 기업 중요 정보까지 채팅하듯 묻고 확인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또 e메일·메신저·전자결재와 첨부파일 등 사내 문서와 정보를 한 번에 영어·중국어·폴란드어 등 22개 국어로 번역해 글로벌 업무에 있어 언어 장벽을 낮췄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전략도 분명하다. 신 부회장은 “3M 근무 당시 글로벌 외환위기 절체절명의 순간을 극복했다”며 “단순하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그러면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보험이자, 신기술 개발이나 신시장 개척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발판”이라며 “애플은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던 2008년 4분기 256억달러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혁신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신 부회장에게 위기의 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올해 인도 가스 누출 사고, 충남 대산 폭발 사고 등 잇따른 안전사고를 겪었다. 그는 “석유화학산업의 기본인 안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 일러스트 : 김민지]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5호 (2020.07.01~07.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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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9, 2020 at 08:2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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