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마스크 세상’과의 섣부른 결별 경계하는 이유
지난주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영국에서 세계 첫 접종에 들어갔다. 각국 정부가 백신 사용 승인을 서두르고 있고, 다양한 제약사에서 잇따라 제품을 내놓고 있어 전 세계에서도 의료진과 건강 취약계층,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접종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겨울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마지막 고비라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과학계에선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돼도 ‘마스크 세상’과 이별하는 일이 생각보다 빨리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 ‘감염 확산 엔진’ 무증상 감염
감염자의 40~45%가 무증상
백신 맞았다고 마스크 벗으면
감염 확산 고리 끊기 어려워
지난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현지 과학계의 분석을 인용해 화이자와 모더나의 약효가 놀랍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을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두 회사가 개발한 백신의 예방 효과는 95% 수준에 이른다.
뛰어난 백신에도 이런 시각이 나오는 이유는 ‘무증상 감염자’ 때문이다. 무증상 감염자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왔지만 발열이나 기침 등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무증상자도 말하거나 노래를 부를 때 침방울을 공중에 뿌리며 얼마든지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다. 무증상 감염자가 바이러스의 조용한 전파자가 되는 이유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스크립스연구소, 한국 질병관리청의 자료를 종합하면 코로나19 감염자의 40~45%가 무증상이다.
■ 백신만으로 대응 어려워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무증상자
감염력 최대 59% 떨어지기도
화이자·모더나에선 확인 안 돼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전체 감염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무증상 감염자가 백신 주사를 맞은 뒤 바이러스 차단막 구실을 했던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직장생활이나 취미활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면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에게 닥치는 위험은 더욱 커진다. 감염 확산 고리를 신속히 끊는 일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대유행이 단기간에 극적으로 소멸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돌파구를 열려는 시도도 있다. 지난주 국제학술지 ‘랜싯’에 실린 논문을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무증상 감염자가 맞았을 경우 감염력을 최대 59% 떨어뜨렸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선 확인되지 않은 장점이다.
하지만 일부 긍정적인 결과를 놓고 봐도 결국 현존하는 백신으로는 무증상 감염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산하는 일을 확실히 차단하는 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무증상 감염자의 바이러스 전파 능력을 완전히 틀어막기에는 역부족이고, 나머지 백신들에선 이런 효능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와는 선구매 계약을 했고, 화이자와 모더나와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 “섣불리 마스크 벗지 마라”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본궤도에 오른 뒤에도 마스크를 벗는 건 극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자신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믿는 무증상 감염자가 백신 접종 뒤 안심하고 마스크를 벗고 다니며 바이러스를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실제 어느 정도 문제가 될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무증상 감염자의 비율 추이, 무증상 감염자 체내의 바이러스 감염력과 백신 접종의 상관관계를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런 분석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시점까지는 마스크를 벗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지금 개발 중인 백신으로 완전히 제압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로선 백신 접종 뒤 항체가 얼마나 유지될지, 바이러스가 변이돼도 항체가 계속 효과를 보일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마스크를 벗어도 안전한 시점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자신이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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