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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간 ‘동반사퇴’ 해법…文대통령, 尹 해임 결단할까 - 동아일보

scienceuna.blogspot.com 법원, 직무배제 효력 정지…마지막 징계위도 불확실성 ↑
징계위원 법무 차관 사의…秋, 절차적 정당성 확보 제동
尹, 자진 사퇴 가능성 희박…文대통령, 정치 부담만 가중
해임 땐 여론 악화 후폭풍…檢 정치적 중립 훼손 모순도
일각에서 회자됐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동반 사퇴론’이 사실상 물건너 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 또한 깊어지게 됐다. 법원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효력정지 판결로 인해 마지막 남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징계 카드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추 장관을 통한 윤 총장의 자진 사퇴 시나리오가 스텝이 꼬인 데다,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완벽한 상황 정리를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문 대통령이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만 한층 늘어나게 됐다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스스로 해임하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는 지난 1일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청구한 직무배제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오는 30일까지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 효력을 정지한다는 내용의 일부 인용 판결을 내렸다. 윤 총장은 법원의 이같은 판결로 직무배제 일주일 만에 즉시 복귀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업무 복귀에 앞서 “업무에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신속한 결정을 내려주신 사법부에 감사하다”며 “대한민국 공직자로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 자체가 법치주의와 헌법정신을 훼손했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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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의 거취 여부를 가늠하는 첫 관문으로 평가받았던 법원의 판단부터 예상 밖으로 흐르면서 과정을 주도했던 추 장관의 입지는 더 좁아졌고, 그 부담을 문 대통령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총장의 징계를 위한 두 번째 절차에 해당했던 법무부 감찰위원회마저 앞서 만장일치로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는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절차적 정당성에 적잖은 상처를 남겼다. 추 장관이 감찰위 자문을 거치지 않고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 총장의 징계를 위한 ▲법원 심문 ▲법무부 감찰위 ▲법무부 징계위 등 3가지 절차 중에 징계위 하나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 마저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징계 위원 중 한 명인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오는 2일 예정된 징계위에 참석할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는 예정대로 징계위를 소집하겠다던 당초 입장에서 물러나 오는 4일로 이틀 간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최종 판단을 하게 될 문 대통령이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국무회의 직후 추 장관과 별도로 청와대에서 면담한 것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받고 추후 대책 마련을 위한 차원의 행보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의 구체적인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했다.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윤 총장 자진사퇴 불가피성을 언급한 것도 법적인 절차가 진행될수록 고립될 수밖에 없는 문 대통령의 입지를 고려한 처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정 총리는 전날 검사들의 집단행동이 공직자의 신분을 망각한 부적절한 행위인 점을 비판하면서 “윤 총장이 스스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을 자초했다”며 자진사퇴 방안을 언급했다.

정 총리가 중재에 나선 것은 정해진 법무부 징계위 수순을 밟기보다는 추 장관의 사퇴를 담보로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이끌어 내고, 결과적인 ‘동반사퇴’를 모색하는 출구전략 차원의 ‘정치적 해법’을 건의한 게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표면적으로 국무위원의 해임 제청권이 있는 총리의 신분을 활용해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더는 모양새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당시 문 대통령이 “고민이 많다”는 반응 외에 확답을 하지 않자 하루만인 이날 오전 국무회의 직전 추 장관과 독대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이뤄진 추 장관과 문 대통령의 독대 자리에서는 윤 총장의 거취 문제를 포함한 검찰개혁 과제 완수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개혁 완수 임무를 부여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추 장관의 거취를 정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주된 시각이다. 여기에는 어떤 형태로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이전에 추 장관을 정리하게 되면 가까스로 버텨온 검찰개혁 과제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남은 임기 동안 국정 동력을 급격히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강조해 온 문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윤 총장을 해임하는 ‘모순적 상황’을 감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치적 후폭풍과 여론 악화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도 부담이다. 추 장관이 주어진 고유권한 내에서 윤 총장 징계를 추진했다고는 하지만 문 대통령이 손 쓸 수 있는 상황을 원천 배제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점에서 마지막 남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4일로 연기된 것은 문 대통령이 해법을 고민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법원 판결과 법무부 감찰위 판단을 통해 중징계를 통한 윤 총장의 거취를 정리하는 방식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문 대통령의 최종 결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과, 원칙주의자인 문 대통령의 성정상 정치적 타협없이 진행되는 법적 절차를 수용할 것이라는 시각은 여전히 상충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절차적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본 뒤 결단을 내리는 것 외에는 문 대통령에게도 마땅한 방법이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징계위의 결론이 면직·해임에 이르는 중징계가 아니라 하더라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경우 윤 총장 사퇴를 검찰개혁과 동일시하고 있는 정부·여당의 입지가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자진 사퇴를 결단할 가능성이 희박해진 데다 정기국회 내 공수처 출범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는 여당의 명분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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