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경찰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4일 오후 1시부터 1시간 동안 전남 고흥군 금산면 한 체육관 앞에서 주차된 45인승 버스를 개조한 캠핑카에서 합동감식을 벌였다. 채널A 제공
50대 고교 동창생들이 버스를 개조한 캠핑카에서 ‘차박(차에서 숙박을 하는 캠핑)’을 하다 가스 중독으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차량 내부에 설치된 난방 기구에서 일산화탄소가 새어나와 발생한 사고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기 동두천시의 한 계곡 인근에서도 텐트 안에서 가스 난로를 피우고 잠들었던 20대 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겨울 캠핑 시즌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차량이나 텐트에서 난방 기구를 사용하다 가스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4일 전남 고흥경찰서와 고흥소방서 등에 따르면 13일 오후 7시 40분 “남편이 친구들과 고흥군 거문도로 여행을 갔는데 연락이 끊겼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8시경 고흥군 금산면 오천항 인근 공원 주차장에 세워져있던 45인승 버스를 발견하고 문을 두드렸다.
버스 안에는 A 씨(55) 등 50대 고교 동창생 4명이 있었다. A 씨 등 2명은 잠이 막 깬 상태로 나와 경찰을 돌려보낸 뒤 귀가하기 위해 버스를 10분가량 운전하던 중 갑자기 구토가 나와 정차했다. A 씨 등은 다른 두 친구의 인기척이 없는 것을 수상히 여기고 확인해보니 B 씨 등 2명이 뒷좌석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B 씨 등은 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B 씨는 숨졌고 C 씨는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주요기사
경찰 조사결과 B 씨 등은 버스 시동을 끄고 무시동 히터를 켜놓은 채로 잠이 든 것으로 파악됐다. 무시동 히터는 엔진 열로 난방을 하는 차량 히터와 달리 전기나 가스로 불꽃을 태워 난방을 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B 씨 등이 히터에서 새어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B 씨와 C 씨는 각각 히터 주변에 있는 침대와 화장실 앞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며 “A 씨 등 경상자 2명은 히터와 거리가 떨어진 운전석 버스 앞쪽에서 잠을 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B 씨 등 4명은 12일 전남 여수를 둘러본 뒤 같은 날 저녁 고흥에 도착해 캠핑카에서 잠을 자다 변을 당했다. 14일 경기 동두천시의 한 계곡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던 20대 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도 액화가스 난로에서 새어나온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추정된다. 경찰은 “텐트가 11일부터 14일까지 계속 방치돼있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텐트 내부를 확인해 연인 사이로 보이는 20대 남녀 시신을 발견했다. 텐트 안에서 액화가스 난로를 피웠던 흔적도 나왔다. 경찰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밀폐된 공간인 텐트 내부에서 가스난로 등 난방 기구를 장시간 사용하면 연료가 불완전 연소하면서 일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사람이 잠이 들었을 때는 무색·무취인 일산화탄소에 중독 되더라도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18년 12월 강원도 강릉의 한 펜션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교 3학년 학생 10명이 잠을 자다가 보일러에서 누출된 가스에 중독 돼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캠핑용 난방장비를 사용할 때는 규칙적 환기와 경보기 설치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백은선 동신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무시동 히터 등 난방기를 켜고 잘 때는 창문을 규칙적으로 열어 반드시 환기를 시켜줘야 한다”며 “강릉 참사이후 숙박시설에 가스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했듯 캠핑카에도 가스경보기나 자동개폐장치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흥=이형주 peneye09@donga.com
이경진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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