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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공공임대주택 기존 평형 기준으로 ‘21평’
21평이면 괜찮나…10년 전 최저주거기준 상향 필요
화성동탄 공공임대(행복주택) 전용면적 13평(44㎡), 공급면적 21평 투룸형 내부 사진. 엘에이치 제공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화성동탄 행복주택 단지를 방문한 현장에서 비롯된 ‘공공임대 면적 논란’을 두고 주말 사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이 “13평에서 4인 가구가 살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가 ‘대통령이 국민들 눈높이를 모른다’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고, 국민의힘 등 정치권에서 ‘대통령은 몇백평 사저에 살면서 국민들은 13평에 살라고 한다’는 비판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진 것이다. 대통령의 공공임대 현장 방문은 왜 ‘공공임대 면적 논란’으로 비화된 것일까.
① 44㎡는 21평형 정확한 팩트체크는 뒷전이고 대중의 감정적 반응을 단순 인용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이 이번 논란을 촉발한 측면이 크다. 11일 현장 방문에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44㎡를 13평이라고 문 대통령에게 소개했고, 이 발언이 대중에게 “13평에 4인 가구가 살라고 한다”는 식으로 회자됐다. 문제는 변 사장이 쓴 13평은 ‘전용면적’(주거전용면적) 기준으로, 대중이 인식하는 ‘공급면적’(주거전용면적+공용면적) 기준의 13평과 오차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 현재 민간분양 아파트의 전용면적을 3.3㎡(1평)로 나눠 평형으로 계산하면 59㎡는 17.8평, 84㎡는 25.5평이 나온다. 아파트마다, 주택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공용면적이 8평 정도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용면적에 8평을 더해야 대중이 인식하는 아파트 평형과 일치한다. 44㎡는 13평형이 아니라 21평형 수준인 셈이다. 현재 최저주거기준 상 1인 가구 주거면적이 공급면적 기준 12평이다. 전용면적과 공급면적이라는 서로 다른 기준을 무시하고 교묘하게 10평대로 호도된 면적은, 공공임대에 대한 기존의 편견과 만나 ‘국민들에게 열악한 주거를 강요한다’는 격앙된 반응을 부추겼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번에 논란이 된 44㎡ 주택은 법적으로는 ‘4인 가구’ 최저주거기준 면적(43㎡)을 충족하지만, 실제로는 3인 가구용으로 건설됐다. 당일 현장에서도 “신혼부부 애 한명이 표준”이라며 3인 가구용으로 언급됐고, 4인 가구의 경우 “어린애는 두명도 가능하다”며 영유아를 기준으로 안내됐다. 영국 최저주거기준은 1~10살 영유아, 어린이의 경우 0.5명으로 간주한다. 4인 가구 면적에 대한 언급은 따로 있었다. 문 대통령은 44㎡ 주택을 둘러본 직후 “가족이 많아지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보다 높은 수준의 주거를 할 수 있으니 그에 맞는 임대주택을 만들라”고 말했고, 김현미 장관은 “이번에 60㎡에서 85㎡까지 임대주택이 들어가게 되면 아이가 둘인 (4인) 가구도 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다”고 대답했다. 변 사장은 해당 주택을 안내할 때 “7살이 넘어가거나 성별이 다른 경우 방을 따로 줘야 하는데 예전에 50㎡대로 공급했던 것이 예산 문제로 공급을 안 하고 있다”고 예산 지원의 필요성을 에둘러 짚기도 했다.
② 10년 전 기준으로 지은 공공임대 이번 공공임대 면적 논란은 최소 59㎡ 이상 공급되는 민간분양 아파트를 원하는 3~4인 가구가 ‘중산층 임대’로 공공임대정책 범주에 들어오면서, 기존 공공임대주택 면적 기준을 시험대에 올린 측면이 있다. 실제 공공임대주택 건설 기준이 되는 최저주거기준은 10년 전인 2011년 개정 이래 10년째 변함이 없다. 이 기준대로라면 4인 가구가 43㎡(공급면적 기준 21평), 노부모를 모시는 6인 가구가 55㎡(공급면적 기준 25평)에 살아야한다. 주택법에 최저주거기준이 생긴 시기가 2000년이었고, 이 기준은 2011년 단 한 차례 상향됐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가 2000년 23.4%에서 2008년 10.5%로 줄어드는 등 전반적인 주거의 질이 높아진 데 따른 조정이었다. 최저주거기준을 상향해 공공임대주택의 주거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2012년 서울연구원과 서울시는 공공임대와 같은 공공주택에 적용할 적정주거기준으로 4인 가구 기준 54㎡를 제안했다. 이는 현재 민간분양 아파트 최소 면적인 59㎡에 가깝다. 최저주거기준은 거실에 대한 기준이 따로 없는 반면, 적정주거기준에서는 2인 가구부터는 거실을 별도로 두도록 했다.
이번 공공임대 면적 논란은 지난 10년 동안 국민 소득 수준이나 주거 상황이 대폭 개선됐다는 점에서 또 한번의 최저주거기준 상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2008년 10.5%였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수는 2019년 5.3%로 절반가량 줄었다. 국민의 생활 수준을 나타내는 1인당 국민소득은 2011년 2만5255달러에서 2017년 3만1734달러로 3만달러를 넘어섰다. 신축이라 하더라도 10년 전 기준으로 지어진 공공임대주택이 일반적인 주거 눈높이를 충족하기 어려운 것이다.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최저주거기준을 상향하라”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③
4인 가구 66㎡까지 확대한다는 논의 실종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5월에는 ‘주거권’을 국민의 기본적 인권으로 인정한 ‘주거기본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고, 이때 최저주거기준과 별도로 주거 수준 향상을 유도할 수 있는 ‘유도주거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제19조)가 마련됐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유도주거기준 설정 예시로 4인 가구의 경우 66㎡를 제시했다. 시중에서 널리 쓰이는 ‘평형’ 기준으로 28평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하지만 2016년 상반기에 고시될 예정이었던 ‘유도주거기준’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도입되지 않았다. 주거기본법이 도입된 이래 지난 5년 동안 주거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정책적 논의가 부재했던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은 했지만 최저주거기준과의 중복 여부 등 실효성 논란 등으로 최종 도입되지 않았다”며 “최저주거기준은 강행규정이지만 유도주거기준은 임의규정으로 반드시 고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공임대 주거면적을 넓히는 문제는 예산 문제와 직결된다. 이번에 면적 논란을 크게 보도한 일부 언론은 11·19 전세대책 당시 정부가 공공전세주택의 규모를 85㎡으로 넓히고 매입단가를 6억원까지 상향한다고 발표했을 때, ‘엘에이치 부채가 늘어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을 뿐, 공공임대 주거수준이 향상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이번 ‘13평 공공임대 논란’ 역시 공공임대 주거수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라기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라면 일단 덮어놓고 폄훼하는 ‘묻지마 비난’의 성격을 보인다. 최경호 한국사회주택협회 정책위원장은 “그린 리모델링이나 제로에너지 빌딩 등 주거도 환경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지금 무턱대고 주거기준을 상향할 수는 없지만 1인당 주거면적이 국제적으로 좁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적정주거면적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한국의 1인당 주거면적은 2018년 기준 31.2㎡로 일본 40.2㎡, 영국 40.5㎡에 못 미친다. 최 위원장은 또 “최저주거기준 상향 논의와 더불어 고시원, 비닐하우스, 쪽방촌 등 최저주거기준 조사 대상조차 되지 않는 비주택 거주 가구가 늘어나는 ‘주거양극화’에 대한 해법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도시연구소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은 연구보고서(‘비주택 주거실태 파악 및 제도개선방안’, 2018년)를 보면, 비주택 거주 가구 비중은 2005년 0.4%에서 2015년 2.1%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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