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붓아버지의 성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가 보복 살해당한 이른바 '광주 의붓딸 살인 사건' 기억하시나요?
YTN 취재 결과 10대 소녀의 신변 보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열흘 넘게 사실상 방치하는 등 곳곳에서 경찰의 부실 대응이 확인됐습니다.
그 사이 이 소녀는 의붓아버지와 친모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최아영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4월 28일, 광주에 있는 한 저수지에서 12살 소녀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의붓아버지의 성폭력을 경찰에 신고했다가 보복 살해당한 이른바 '광주 의붓딸 살인 사건'.
의붓아버지를 신고한 지 19일 만이었습니다.
[김모씨 / 피의자(지난해 5월) : (딸에게 한 말씀만 해주세요.)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소녀는 왜 신변 보호를 받지 못했던 걸까?
시간을 되돌려 사건을 재구성해보겠습니다.
지난해 4월 9일, 소녀가 친아버지의 도움으로 의붓아버지의 파렴치한 행위를 처음 경찰에 알렸을 때입니다.
그리고 닷새 뒤 해바라기센터에서 진술 조사를 하고, 경찰에 신변보호도 요청했지만, 담당 수사관은 신변보호 요청 사실 자체를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첫 번째 부실대응입니다.
그래서 소녀는 다음 날 담당 수사관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 신변보호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하지만 비번이었던 수사관이 보낸 답변은 다음 날 처리해주겠다는 것뿐.
그날 저녁 소녀는 친아버지가 필요 없다고 했다며 신변보호 요청을 취소했고, 담당 수사관은 친아버지에게 확인하는 과정조차 생략했습니다.
두 번째 부실대응입니다.
세 번째 부실대응은 같은 날 일어났습니다.
뒤늦게 목포서에서 사건을 관할인 광주지방경찰청으로 이첩 하려다가 어이없게도 전남지방경찰청에 보내버린 겁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신고 열흘 만에야 사건 서류가 광주청에 도착했지만, 이번엔 배당 과정이 문제였습니다.
서류가 여성청소년계가 아닌, 여성보호계로 가는 바람에 확인까지 나흘이 또 허비됐습니다.
사건 이첩에 걸린 시간만 무려 엿새 하고도 6시간입니다.
경찰이 실수를 반복한 사이 소녀는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 손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당시 전남지방경찰청장은 미흡한 대처에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부끄러움은 어디 간 건지, 담당 수사관들은 직권 경고와 주의 처분에 그쳤습니다.
[김영배 / 더불어민주당 의원 : 경찰에서 감찰했는데도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솜방망이 징계로 일관한 것 아니냐….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경찰청장이 즉각 이 문제에 대해서 재조사하고….]
피해를 호소했던 10대 소녀의 외로운 죽음은 과연 막을 수 없었던 것일까요.
죄를 물을 사람은 과연 의붓아버지와 친모뿐인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YTN 최아영[cay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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