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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집중호우 때 섬진강 하류 마을들 피해 극심
즐거워야 할 명절 다가오지만, 완전 복구는 아직 멀어
지난 21일 수해로 파손된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집들이 철거되고 집터만 남아있다.
지난 8월 섬진강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주변 마을들이 엄청난 피해를 봤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수마가 할퀸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 21일 비교적 정리된 된 전남 구례군 구례읍내를 지나 가장 큰 피해를 본 양정마을에 들어섰다. 마을로 들어서는 길 양쪽에는 시멘트로 만들어진 4~5개의 네모난 집터들이 보였다. 마을 한쪽에서는 굴삭기가 커다란 팔을 휘적이면서 수해로 무너진 집을 철거하고 있다. 팔이 움직일 때마다 벽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뼈대만 남은 집안과 비닐하우스, 축사 안 등 마을 곳곳에는 주민들이 생활하는 텐트가 설치되어 있다.
전남 구례군 구례오일장에 무너진 집의 잔해가 쌓여 있다.
구례읍 양정마을 주민 안재민씨는 애호박 하우스 농사를 짓고 소 16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달 안씨의 집과 축사도 물에 잠겼다. 물이 빠지고 집을 찾았을 때 눈앞에는 이제껏 보지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안씨는 “소들이 살기 위해 지붕에 올라가 있고 집 안에는 뻘로 가득 차 있는데 물살에 휩쓸려 온 소들이 서로 뒤엉켜 죽어가고 있었어.”라고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설명했다. 안씨는 수해를 당한 뒤 구례고에 마련된 임시 숙소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에 따른 거리두기 조처로 자신의 축사에 설치된 임시 생활 텐트로 이사해 생활하고 있다. 언제 제대로 된 집에 돌아갈지 기약할 수가 없다. 안씨의 집이 철거됐기 때문이다.
안재민씨가 축사에 설치된 텐트를 보여주고 있다.
안재민씨가 무너진 집터에서 수도 연결 작업을 하고 있다.
수해로 모든 집기를 철거한 양정마을 한 주택.
양정마을 이장 전용주씨는 “이번 추석에는 자녀들 와봐야 반갑지도 않고 되도록 고향에 오지 말라고 했다. 마을에서 공동차례를 지내려고 한다.”라고 추석을 맞이하는 착잡한 심정을 말하면서 “갑자기 방류하니 하류에 있는 주민들은 대처가 불가능했다. 수자원공사에서는 책임지고 원상복구를 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우를 많이 키우고 있는 양정마을 축사는 대부분 텅 비어 있거나 반파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살아남은 소들도 일주일에 2~3마리씩 계속 죽어가고 있다. 21일에도 고창증(가스를 배출하지 못해 위가 급격하게 팽창하는 증상)으로 의심되는 증상으로 송아지 한 마리가 죽었다. 전씨는 “임신한 소들이 4마리가 있는데 유산이 되지 않을까”걱정을 했다. 지난달 7일과 8일 내린 비로 구례군은 전체 1만3천 가구 중 10%에 달하는 1,188가구가 파손되고 5일시장 등 상가 392동이 침수됐다. 총 피해액은 1,807억원으로 추정된다. 농경지 502㏊가 물에 잠기고 한우, 돼지, 오리 등 가축 15,846마리가 죽거나 유실됐다. 구조된 가축들도 계속 죽어나가고 있다.
제방이 무너져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던 전북 남원시 용천마을도 수해전으로 돌아가는 완전한 복구에는 시간이 더 걸릴 듯하다. 마을 들머리에는 철거된 집에서 나온 건축 쓰레기가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마을 주변 비닐하우스도 마치 폭격을 맞은 듯 뼈대만 앙상하게 드러나 있고, 도로 위에는 철거한 비닐하우스의 잔재가 방치돼 있다.
크레인들이 전북 남원시 금지면 하도마을 들머리에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전북 남원시 금지면 용천마을 도로에 비닐하우스 철거 잔해물이 쌓여 있다.
한 트럭이 용천마을 비닐하우스에서 철거한 잔해물을 옮기고 있다.
지난 8월 집중호우로 섬진강 하류 지역 임실, 순창, 만원, 곡성, 구례, 하동, 광양 등은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8명이 사망하고 4,000명이 넘는 이재민 발생했다. 2,700여 가구 침수 등 재산상 피해액도 수천억에 이를 전망이다.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피해 범위가 워낙 넓어 진행이 더디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도 줄어들고, 방역으로 복구작업도 어려워져 이재민들은 이중고를 치루고 있다. 언제 예전의 평온했던 삶으로 돌아갈지 가늠이 안 된다. 수확의 즐거움을 누릴 추석이 다가올수록, 수해로 큰 피해를 본 이재민들의 마음이 오히려 무거워지고 있다.
황금들녘과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비닐하우스가 대비를 이루고 있다.
구례 남원/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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